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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인문학 공부 : 연구에서는 과정도 설명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feat. "왜 나는 일제강점기 연구 대신 원전 정책 RP를 제출했는가"

디지털 역사학

by 디지털 역사학 2026. 7. 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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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지원을 모두 마쳤다.

이제 한동안은 시험 준비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래서 잠시 블로그를 쉬어가기 전에, 이번 입시 과정에서 가장 크게 배운 점 하나를 기록해 두려고 한다.


나는 오래전부터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

충분한 근거가 없으면 결론을 먼저 내리지 않고,

실제로 검증한 내용만 이야기하는 것이 연구자의 태도라고 생각해 왔다.

 

그래서 이번 입시 컨택 과정에서도 같은 원칙을 적용했다.

 


 

원래 내가 하고 싶었던 연구는 일제강점기 기록 체계를 비교하는 디지털 역사 연구였다.

하지만 예비연구를 진행하면서 예상보다 훨씬 큰 기술적 제약을 마주했다.

  • OCR 정확도 문제
  • 국한문혼용체 처리
  • 토크나이저의 도메인 불일치
  • 데이터셋 구축의 어려움
  • 역사 자료 전처리와 후처리 문제

https://uourstar.tistory.com/67

 

디지털 인문학 공부 : 디지털 역사학 데이터 인프라 비평 보고서

블로그에 기록했던 데이터셋 구축 과정(2025년~2026년 6월)을하나의 보고서 형식으로 정리하였다. 해당 시기의 작업은 일제강점기 담론 연구를 위한 예비 단계 성격이 강하며,데이터셋 구축 역시

uourstar.tistory.com

 

 

결국 역사 자료를 바로 분석하기보다, 먼저 분석 파이프라인 자체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현대 정책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 절차를 먼저 구축했고, 그 결과가 원전 정책 연구였다.

나에게 그 연구는 연구 주제가 바뀐 것이 아니라, 본래 연구를 수행하기 위한 방법론 검증 단계였다.


그런데 이번 입시 과정에서 흥미로운 피드백을 들었다.

 

교수님들이 궁금했던 것은 현대 정책 연구 자체가 아니었다.

 

왜 그런 연구를 하게 되었는가.

 

바로 그 과정이었다.

 

즉,

  • 원래 연구 질문은 무엇이었는지,
  • 어떤 한계를 만났는지,
  • 왜 현대 데이터로 우회했는지,
  • 무엇을 먼저 검증하려 했는지

이 연구의 맥락을 알고 싶어 하셨던 거라고 생각한다.

 

반면 나는 결과만 제출했다.

 

데이터셋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생각했고,

예비 연구 진행 후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 더 책임 있는 태도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생각은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다.

 

특히 북한 매체 연구를 처음 구상할 때는

머신러닝 라이브러리만 믿고 "감정 분석이 가능할 것이다." 정도로만 접근했던 적이 있었고,

이때 내 사고 흐름을 곱씹으며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내용을 먼저 말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더욱 강해졌다.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는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막상 원전 RP를 구상하며 그게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기에 더더욱 검증의 중요성을 체감한 거고.)

 

그래서 이번 입시 과정에서도  6월 중순까지는 검증과 결과 제시를 중요하게 여겼던 거다.


하지만 6월 말부터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시행착오 역시 연구의 일부였다.

 

실패한 이유,

데이터 구축 과정에서 부딪힌 문제,

방법을 수정한 과정,

검증을 반복한 이유.

 

이것들은 변명이 아니라 연구가 어떤 조건에서 이루어졌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맥락이었다.


생각해 보면 내가 지난 1년 넘게 했던 일은 단순히 "데이터셋이 없었다"가 아니었다.

오히려

  • 왜 데이터셋 구축이 어려운지,
  • 기존 도구가 왜 역사 자료에 맞지 않는지,
  • 어떤 방식으로 분석 환경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지

를 계속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었다.

 

최근 읽었던 논문에서도 비슷한 점을 느꼈다.

 

처음에는 데이터셋 구축 자체를 하나의 기술적 작업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데이터셋 구축 과정 자체가 연구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아래 글에서도 조금 정리해 두었다.

  • 디지털 인문학 공부 : 추천 저널 논문을 읽으며 든 생각들

 

https://uourstar.tistory.com/54

 

디지털 인문학 공부 : 추천 저널 논문을 읽으며 든 생각들

그동안 국내 교수님들의 논문 위주로 공부를 이어왔는데,최근 새로운 저널들을 추천받아 탐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일제강점기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양질의 데이터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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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단순히 논문을 읽은 기록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저 글에서 이미 내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던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지금도 결과보다 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도는 변하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결과뿐 아니라,
그 결과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도 함께 설명하려고 한다.

연구는 완성된 결과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질문을 만들고,

한계를 확인하고,

방법을 수정하고,

다시 검증하는 과정 전체가 연구다.

 

이번 입시는 그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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